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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연책상(글쓰기)/사회, 이슈 등

대법원 판결로 본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의 핵심

by brotherdd 2026.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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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운수소송판결

[통상임금 소송의 핵심 3줄 요약]

 1. 수당 재산정의 기준은 '실근로시간'이 아닌 '보장시간': 밀린 연장·야간수당을 다시 계산할 때는, 당일 실제 일한 시간이 적었더라도 노사가 사전에 합의한 '보장시간(간주시간)'을 온전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대법원이 쐐기를 박았다.
2. '월 단위 상계약정'의 강력한 구속력 확인: 평소엔 보장시간대로 수당을 줘놓고 막상 거액의 밀린 수당을 정산할 때는 실제 일한 시간만 치겠다는 사측의 논리(원심 판결)를 대법원이 법리 오해라며 단호하게 깨부수고 파기환송했다.
3. 7년 투쟁의 결실, 이제는 정확한 계산만 남았다: 기나긴 소송전의 핵심 법리 공방은 기사들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으며, 향후 열릴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이 정해준 확고한 공식(보장시간)에 맞춰 통장에 입금될 미지급 수당을 정확히 산출하는 마지막 절차가 될 것이다.

임금 구조의 판을 흔들다 - 동아운수 판결이 쏘아 올린 거대한 파장

버스 기사들의 급여 명세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구조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수십 년간 쌓여온 노사 간의 타협과 투쟁, 그리고 제도의 변화가 겹겹이 쌓인 지층과도 같다. 단순히 기본급의 문제가 아니라, 근무 형태에 따라 각종 수당과 상여금이 복잡한 수식으로 묶여 하나의 거대한 임금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에서 이 복잡한 임금 구조, 그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뇌관인 '통상임금 재산정 시 기준이 되는 근로시간'과 관련하여 향후 운수업계는 물론 산업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판결이 하나 나왔다. 동아운수 기사들이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비롯된 이 판결이 과연 어떤 진실을 규명했는지 심층적으로 해부해 보겠다.

1. 사건의 발단: 상여금은 통상임금, 그렇다면 밀린 수당은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

이 사건은 서울 강북구 소재의 서울시내버스업체인 동아운수의 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2019년 2월, 1심 패소 후 2019년 4월부터 2심(서울고등법원) 재판이 시작되었으나, 2023년 12월부터는 1년 가까이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는 등 재판이 크게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버스노조가 시청 앞에서 규탄 결의대회를 여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결국 2심이 시작된 지 6년 만인 2025년 10월 29일에야 원심 판결이 나왔다.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 2심 재판부와 대법원 모두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기사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기준이 되는 '통상시급' 자체가 오른다. 시급이 오르면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기사들은 과거에 덜 받은 수당의 차액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당시 언론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은 사실을 대서특필했지만, 이 사건의 진짜 핵심은 수당을 다시 계산하는 '방법'에 있었다. "과거에 덜 받은 수당을 다시 계산할 때, '실제로 운전대를 잡은 시간'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정해둔 '보장시간'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는 지금까지 이어온 통상임금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이었다.
 

2. 노사 간의 굳은 약속: 현재까지 이어지는 '월 단위 상계약정'과 현장을 지탱해 온 보장시간의 원칙

이 수당 계산 방법의 쟁점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과 임금협정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버스 운행은 도로 상황이나 배차 간격에 따라 실제로 일하는 시간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해 노사는 실제 일한 시간과 상관없이 하루 근로시간을 일정하게 '간주'하기로 타협안을 마련해 두었고, 이는 2025년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서에도 굳건히 살아있는 현장의 법칙이다.

2025 단체협약서동아운수판결
2025 단체협약서 및 임금협정서 일부 발췌

 
주간근무일 (1일 2교대, 주 5일): 기본 소정근로 8시간에 연장근로 1시간을 더해 총 9시간으로 인정.
연장근무일 (격주로 이루어지는 근무): 연장근로 5시간으로 일괄 인정.
야간근로: 오전 근무자는 2시간, 오후 근무자는 3시간의 야간근로를 한 것으로 간주.
 
이 문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바로 '월 단위 상계약정'이다. 버스 운전이라는 특수한 근무 형태는 그날그날 꽉 막힌 도로 사정이나 예기치 못한 배차 상황에 따라 실제 일한 시간이 위에서 정한 기준(9시간 또는 5시간)에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그래서 최신 임금협정서 제2조 및 단체협약서 제11조의 3에 명시된 바와 같이, 이를 매일매일 초 단위로 계산하여 피곤하게 다투지 않고 미달·초과분을 월 단위로 퉁쳐서 상계하기로 대승적인 합의를 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상계'의 목적이다. 매달 정산해서 일찍 퇴근하여 모자란 시간만큼 수당을 깎겠다는 꼼수가 아니라, 날마다 변동하는 운행 시간에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기사들에게 '기본적인 보장시간'을 온전히 인정해 주겠다는 노사 간의 확고한 안전장치인 것이다.
 
실제로 회사는 이 약속을 성실히 이행했다. 기사들이 주간근무일에 9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일찍 퇴근하는 날이 있더라도, 사전에 약속된 1시간 분의 연장근로수당(기본시급의 150%)을 온전히 지급했다. 연장근무일이나 야간근무 시에도 실제 근로시간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합의된 '간주 시간(보장시간)'만큼의 수당을 꼬박꼬박 지급해 왔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상계약정은 실제 일한 시간이 적든 많든 사전에 약속한 수당을 흔들림 없이 보장하는 강력한 근거로 작동해 왔다.
 

3. 고등법원 vs 대법원: 판결이 뒤집힌 결정적 순간

그러나 이토록 평화로워 보이던 이 타협안은 원심 판결에 의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거대한 전제가 확립되면서 격렬한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원심(서울고등법원)의 시각

원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표면적인 '실제 시간'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기록을 면밀히 보니 기사들의 실제 연장 및 야간 근로시간이 노사가 합의한 보장시간에 미달하는 경우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통상시급이 올라서 수당을 추가로 계산해 줄 때는, 굳이 일하지도 않은 시간까지 쳐줄 필요 없이 '실제로 일한 시간'을 토대로 미지급 수당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양측의 불복과 대법원행 (쌍방 상고)

결국 이 상여금이란 존재는 무려 6년 만에 통상임금이라는 사실을 인정받았지만, 재판의 결과는 양측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사업조합(회사)은 '상여금 통상임금 인정' 자체에 불복하여 상고했다. 반면, 기사들 역시 정작 받을 돈을 계산할 때는 실제 근로시간으로 토막을 당하게 되어 '절반의 승리'에 그치게 되자 이 억울한 계산법에 불복하여 상고했다. 결국 소송의 핵심 쟁점은 쪼개진 채 양측 모두 대법원행을 택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그리고 지난 26년 4월 30일. 최종심인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논리를 단호하게 뒤집고, 기사들이 상고했던 부분(실근로시간 산정)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파기환송). 그 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버스 운행 특성을 감안해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일정 시간을 연장·야간근로시간으로 간주하기로 합의했다면, 그 합의는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미지급 수당을 다시 계산할 때도, 당일 실제 일한 시간이 보장시간에 못 미치더라도 당초 약속했던 '합의된 보장시간'을 온전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즉, 대법원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평소에는 기사들이 실제 일한 시간보다 적게 일했어도 약속된 보장시간만큼 수당을 지급하며 제도를 굴러가게 해놓고, 이제 와서 상여금 문제로 밀린 수당의 막대한 차액을 정산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 오자 "어차피 그때 덜 일했으니 실제 일한 시간만큼만 쳐주겠다"며 이중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법리적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4. 파기환송, 앞으로 남은 절차

이러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은 기사들에게 "정확히 얼마를 지급하라"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잘못된 기준(실근로시간)으로 수당을 깎았던 하급심 법원에게 대법원이 "기준이 틀렸으니, 보장시간을 다시 대입해서 기사들이 받아야 할 돈을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계산하라"며 돌려보낸 상황이다. 즉, 수당을 계산할 때 '실제 시간이 아닌 합의된 보장시간을 기준으로 삼으라'는 확고한 계산 공식을 정해준 것이다.
 
이제 재판은 다시 파기환송심으로 넘어간다. 하급심은 대법원의 판단을 거스를 수 없으므로, 향후 재판에서는 '보장시간'을 기준으로 기사 개개인의 밀린 수당이 정확하게 산출될 것이다.
 
이번 판결은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맺은 '근로시간 보장약정'의 법적 효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 중요한 사례다. 버스 운행 현장에서 1분 1초의 근로시간을 어떻게 인정받을 것인지에 대한 노사 간의 명확한 합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마지막 재판은 언제쯤 끝이 날까?
 
파기환송심은 통상적으로 법원에 다시 접수된 후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결과적으로 기사들의 인원수나 과거 근무 기록을 바탕으로 임금을 다시 계산하는 작업의 복잡성에 따라 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가장 중요한 점은, 그간 치열했던 법리 공방은 이미 대법원에서 기사들의 승리로 끝났다는 것이다. 남은 파기환송심의 주된 쟁점은 새로운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이 정해준 공식(보장시간)에 각 기사들의 데이터를 넣어 미지급된 수당을 1원 단위까지 정확히 계산하는 작업에 집중될 것이다. 길었던 7년의 소송 기간을 생각하면, 정당한 수당을 돌려받기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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